Acoustic Solid Wood MPX (Ortofon AS-212S)
다양한 개량과 노력으로 음질 개선에 성공
해마다 12월은 송년회를 치르느라 어수선한 시기인데 올해는 대통령 선거까지 있어서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1월이 되면 날씨도 춥고 연말 분위기도 가라앉아서 아날로그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시절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외투 깃을 여미고 집으로 발길을 재촉하노라면 따뜻한 진공관 불빛에 그윽한 차 한 잔과 즐기는 아날로그 생각이 간절하다.
어쿠스틱 솔리드의 턴테이블만 세 종류나 리뷰해서 나름대로 잘 알고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요즘 천정부지로 오르는 오디오 가격을 생각하면 어쿠스틱 솔리드의 제품가격은 환율이 달러당 800원대이던 행복한 시절이 생각난다. 가격에 비해서는 만듦새나 성능이 좋아서 리뷰 외에도 여기저기 추천을 해주기도 했다.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어쿠스틱 솔리드에서 솔리드 우드하는 모델의 업버전 모델인 MPX를 출시했다. 기존의 솔리드 우드와 차이점은 MDF에 무늬목을 입힌 베이스에서 자작나무 합판을 적층한 베이스로 바뀌었고 속도조절을 위한 컨트롤부가 추가되었다.
사실 어쿠스틱 솔리드는 좋은 가격에 음질이 괜찮은 턴테이블을 생산하는 회사이긴 하지만 턴테이블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는 점은 톤암의 구조나 모터 구동부 등을 살펴보면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쿠스틱 솔리드 본사에서도 인지를 하고 있었는지 개량 버전에는 모터를 구동하는 전원부를 대폭 개선했다. 대형 어댑터를 사용해서 직류를 만들고 이 직류를 컨트롤부에 공급하면 컨트롤부에서 독자적으로 교류신호를 발생시키고 이것을 증폭해서 모터에 공급하게 된다. 컨트롤 부에서 주파수를 올리거나 내려서 교류 싱크로너스 모터의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도 있다.
컨트롤 부를 추가하여 턴테이블의 속도 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능이 생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속도 조정 기능보다는 음질 향상 효과가 훨씬 더 크다. 알려져 있다시피 교류 싱크로너스 모터는 공급되는 교류전기의 질에 의해서 속도뿐만 아니라 회전의 품질도 결정된다. 가정용 교류 전기를 그대로 공급받으면 전원에 섞여 있는 노이즈가 모터의 회전 품질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컨트롤부에서 깨끗한 교류 전기를 공급하면 모터의 회전 품질이 좋아지고 그것이 결국 무대의 배경이 깨끗해지고 고역에서 디테일과 섬세함이 살아나게 된다.
컨트롤부가 추가됨에 따라 사용상 주의할 점이 있는데 어댑터와 컨트롤부, 그리고 모터부의 연결이 하나라도 도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댑터에 전기를 공급했다면 연결을 시도하지 말고 10분 이상 전기 에너지가 방전되도록 기다려야 한다. 어댑터에 전기가 공급된 상태에서 컨트롤부에 잭을 꼽으면 그 순간 피크 전압에 의해서 컨트롤부의 회로가 타버리게 된다. 이것은 MPX 턴테이블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든 전원부 분리형 오디오에 해당하는 공통된 사항이다. 이런 잘못으로 멀쩡한 오디오를 고장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목재 베이스의 개량은 시각적인 면도 있지만 음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MDF는 다소 탁하고 흐릿한 느낌을 주는데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자작나무 합판은 경쾌하고 밝은 울림은 내준다. 이전 모델과 옆에 놓고 비교시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여러 가지 목재 재질에 따른 음질 차이는 직접 비교한 경험이 있어서 자작 나무 합판 적층 베이스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통나무 원목이 제일 좋겠지만 변형 문제가 있어서 현실적으로 자작나무 합판 적층 베이스가 최선의 선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어쿠스틱 솔리드 턴테이블의 아쉬운 점 중 하나가 톤암이었다. 중역이 두툼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톤암 제작의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수입상에서도 충분히 인지를 했는지 오토폰의 AS-212S 신형 톤암과 같이 필자에게 배달되었다. 언제나 신품 톤암을 세팅하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즐거운 일이다. 암보드에 밀링으로 구멍을 내고 탭으로 나사를 내서 톤암을 장착했다. 마침 필자의 세 번째 턴테이블인 토렌스 TD124에 오토폰의 RS212 톤암을 장착해서 사용 중이라 오토폰 신형 톤암의 비교까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오톤폰의 신형 AS-212S 톤암은 구형과 달리 무게추로 침압을 주는 스태틱 밸런스 타입이다. 안티스케이팅은 스프링의 장력을 이용한 방식으로 테스트 해본 결과 상당히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졌다. 만듦새도 정교하고 디자인도 심플해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일본 생산이긴 하지만 가격도 구형인 RS212의 중고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니 아날로그 애호가의 사랑을 충분히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카트리지는 알루미늄 바디의 고에츠 블랙과 토렌스 MCH-2를 사용해서 토렌스 124 턴테이블과 비교해가면서 시청을 했다.
첫 음부터 예전에 들었던 어쿠스틱 솔리드의 턴테이블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선 배경이 아주 깨끗해졌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직류를 공급받아 교류로 변환해서 모터에 공급해준 덕분이다. 싱크로너스 모터를 채용한 턴테이블에는 독자적인 전원공급 장치가 음질 개선의 핵심 포인트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었다. 악기의 위치를 표시하는 음상은 예전에 비해서 약간 살이 빠지면서 작아진 듯한데 이는 여운이 줄어 들어서가 아니라 흐릿하던 배경이 깨끗해지면서 음상과 악기 사이의 경계가 좀더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MPX의 전원부와 오토폰 AS-212S 톤암의 덕분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중역의 살집은 약간 줄었지만 고역의 뻗침과 섬세함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부드럽게 표현되던 고역이 디테일하게 묘사되면서 한층 음악적 표현력이 좋아졌다. 한층 세련되고 고급스런 고역으로 개선이 된 셈이다. 중역의 살집은 살짝 줄어들었지만 표현력과 뉘앙스는 한층 더 정밀해졌다. 저역의 양은 솔리드 우드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좀더 깨끗해지고 단정해졌다. 저역의 양은 비슷하지만 질은 좀더 개선이 되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대역 밸런스는 예전의 솔리드 우드가 아래가 넓은 항아리형이었다면 솔리드 우드 MPX 위로 좀 더 올라가고 아래로 좀 더 내려가서 피라미드형에 가까워졌다.
무대의 크기는 예전보다 약간 커진 정도인데 악기 위치가 좀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자리 잡아서 악기가 위치하지 않는 빈 공간이 좀더 분명하게 인식되었다. 동일 카트리지로 시청을 하면서 솔리드 우드 MPX가 토렌스 124보다 무대의 크기가 더 크고 배경도 훨씬 더 깨끗하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구형의 솔리드 우드에 비해서 달라진 점은 역시 대편성곡을 시청하면서 실감했다. 총주 시에 저역의 홍수 속에서도 중고역을 내는 악기 군들의 흔들림이 별로 없어서 어쿠스틱 솔리드의 턴테이블이 이제는 두툼한 중역으로 승부를 거는 턴테이블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어쿠스틱 솔리드의 턴테이블을 시간을 두고 리뷰하면서 이런 부분이 개선되면 훌륭한 턴테이블 메이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것의 핵심이 다소 빈약한 모터와 모터 전원부였다. 필자의 이러한 생각이 어쿠스틱 솔리드에도 이심전심으로 전달이 되었는지 MPX라는 모델을 출시하면서 전원부를 전면 개량한 제품을 내놓았다. 미적인 부분과 음질 개선을 위해서 자작나무합판 적층 베이스를 채용한 것도 좀더 나은 턴테이블을 만들어 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박수를 쳐줄 만한 일이다. 이러한 개선을 하고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조금밖에 올리지 않았다. 이제 어쿠스틱 솔리드 턴테이블은 가격대비 좋은 소리를 내는 턴테이블이 아니라 가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소리를 내는 정상급 턴테이블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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